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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잠비룡포 - 초반의 힘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 무협소설

infantry0sub 2024. 3. 31. 04:44

천장비룡포는 '단운룡'이라는 캐릭터의 일생을 그려내는 무협소설이다.

 한백림이라는 작가의 장대한 한백무림서 세계관 시리즈 중 하나라고 하는데, 전작들을 보지 않아서 시리즈 중 위치가 어느 정도일지 모르겠다.

 

일단, 첫인상은 꽤나 매력적인 서술과 탄탄한 설정이 엿보인다는 것이었다. 담담히 그려내는 이야기는 주인공의 특이함과 인연을 만나 힘을 얻는 모습이 큰 재미를 주었다.

 특히, 초반 오기륭과의 만남, 운남 생활 등은 매력을 한껏 드러내주어 읽는 내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모습.

한백무림서라는 세계관 속 저자의 인터뷰 같은 서술과 여담 편으로 설정에 쓰인 내용과 단어 설명이 오히려 흐름을 끊어먹어서 답답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철운거 이야기나 이후 천잠보의를 찾는 여정 등 다채로운 캐릭터와 개성적인 인물과 사건이 재미를 북돋아주었다

 하지만, 이후 본격적인 적들이 나타나면서 필력도 재미도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특이점이라면 요괴들이 등장하면서부터 일 듯.

 

 중후반부터 서술이 줄거리 식으로 간소화되었고, 무리하게 타 작품의 캐릭터를 끼워 넣어서 인지 작가 혼자 아는 이야기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시리즈의 팬이라면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이게 첫 작품인 입장에서 대체 누구세요? 다시 등장하지 않을 인물인데 왜케 중요하세요??? 같은 짜증이 많아졌다.


 사실 시작부터 단점이 있는 주인공의 무공이라 계속 불안한 느낌을 주면서도 사패가 짱짱 쎔하면서 나오는 성장 방식도 이상하고, 주인공 문파의 성향도 잡다한 캐릭터가 많아지면서 굉장히 번잡스러운 느낌이 많아졌다.
 거기다 적으로 나오는 상제력이니 염력이니하는 이능이 나오면서 복잡하기만 하고 무협 본연의 재미가 많이 떨어져 나갔다. 등장하는 적 세력 묘사를 보면 그 정도 전력 차이면 이미 지역마다 다 쓸면 되잖아???라는 의문만 더 커져갔다. 납득시켜줄 서술의 부족.

 

 작품을 구성하는 줄기는 여전히 탄탄해보이면서도 후반부는 재미보다 지금까지 읽은 게 아까워서 본다는 느낌이 더 가까웠다. 이후에도 흥미로운 상황이나 내용도 분명 있었지만... 너무 스킵하는 장면들도 많고, 년 단위로 순삭 되는 데다가 일명 무협소설의 개똥철학 같은 모습으로 주절주절이라 보는 게 많이 지쳤다.

 양판소에 비해 글자체는 끝까지 힘을 주는 느낌이고, 마무리도 잘됐다고 보지만 초반부의 재미에서 많이 벗어나버려서 너무 아쉬운 작품.

 

 무엇보다 마지막에 단운룡이라는 주인공이나 그 가족, 문파의 미래를 외전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안드는 특이한 면이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했고, 완성되지 않은 이야기도 분명 있음에도 더 읽고 싶다거나 이후 이야기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지나치게 범위가 넓고 허황된 느낌의 세계관, 초반과 판이하게 달라진 필력과 서술 방식, 연표를 읊는 듯한 건조한 후반부. 지나칠 정도로 강하기만 한 적 설정 등 장점을 다 갉아먹었다.


* 이 작품 전에 읽은 작품이 독심호리였는데, 비슷한 시기를 다루고 있다. 그 차이를 보는 맛은 조금 있었다. 대신 이 작품은 후반부에는 황실이 거의 없는 존재...
** 개인적으로 무협지에서 그놈의 우주가 어쩌고 삼라만상이 어쩌고하는걸 꽤 싫어한다.개념적으로 우주에 닿는다는 건 알겠다고 그런데 차원이 바뀌고 평행우주에 시공간 초월을 하고 앉았으면서 등선이 죽음인 건 또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