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War Z는 맥스 브룩스가 지은 좀비(Zombie)들과 인간의 전쟁을 그리는 소설이다.
2008년에 리뷰를 적었을 때와 지금 상황은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좀비물이라고 하면 이 작품을 떠올릴 정도로 흥미로운 소설이다.
좀비와의 전쟁 자체를 다루는게 아니라 그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역사를 재구성하는 듯한 독특한 형식을 가지고 있는 작품.
좀비와의 전쟁이 종결된 후 약 10년이 지나 생존자들은 자신의 경험담을 생생하게 이야기한다.
이 생존자들은 중국, 미국, 인도, 이스라엘,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또는 국적)을 가진 사람들로 그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그 전쟁동안 벌어진 일을 조용히 말한다.
전쟁 속에서 각자가 받아들이는 방식, 경험한 사건들. 그로인해 주변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단편적으로 연결된 이런 인터뷰들은 전쟁 자체를 똑바로 그리는것은 아니지만 더 넓은 시야로 전쟁 기간과 벌어지는 상황을 느끼게해 더 사실적으로 느끼게 하고 있다.
실감난다고 할까?
가상의 사회, 가상의 시대, 그리고 가상의 전쟁을 다루지만 단지 '가상'으로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주변 내용들이 탄탄하다.
책 속 국가들의 성향 그리고 국가간 정세는 현실의 세계 정세가 꽤 잘 반영되어있기 때문이다.
실제적인 국가끼리의 이해관계와 그들이 지나온 역사를 생각할때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이 있다.(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공감가는 내용이 꽤 많다.)
덕분에 읽는 내내 머릿속에는 Z라 불린 세계 대전의 윤곽이 떠올랐고 어쩌면 우리가 그 대전을 겪고 살아남은 사람이 아닌가하는 망상에 빠질 때 조차 있을정도 였다. 군사나 세계 정세, 각국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 큰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게이머라면 레지던트이블(바이오하자드...이제는 RE 시리즈)나 하우스 오브 데드를 비롯한 좀비 학살(?) 게임 덕분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좀비를 다룬 영화의 팬이라면야 두말할 것 없고...누구에게나 추천해줄 만한 그런책이다. :D
각 인터뷰는 광범위한 지식과 문화, 정세가 뭉쳐져 만들어져 있다. 다만 번역의 단점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각 인물의 말투가 비슷하고 성격이 뚜렷하게 드러나는게 다소 부족하다. 이 점은 꽤 아쉬운 부분이다.
그 외에 불만이라 할 만한 것은 한국 시점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었다. 들어간거 자체는 환영하지만 거의 짜투리 공간이 남아 쓰여진 정도로 짧고 무미건조한...안타까울 정도의 인터뷰 내용을 써놨다.
뭐, 남북관계나 북한에 대한 이해 그 대립각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맞게 적긴했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너무 사건 중심적이라 씁쓸한 기분을 느껴졌다.
당시에는 영화화에 기대가 많았지만, 실제 나온 작품(월드 워Z, 2013년)은 소설과는 많이 다른 느낌의 영화였다.
브레드 피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서사와 빠른 좀비들의 향연이 있었고, 예루살렘 장면은 명장면으로 불리지만 말이다. 후속편은 원작을 더 풍실히 반영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2019년 제작 취소 이후 2024년 11월인 지금까지 재개 소식이 없다. 의외로 당시 평가에 비해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영화.
관련 서적으로는 세계 대전 Z 외전,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가 있다.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만 읽어봤는데, 이쪽은 가상의 좀비에 대항해 어떻게 싸워야 할 지 사실적을 다룬다.
물론, 지금와서는 본편이나 외전이나 고증이나 잘못된 설정에 대한 글이 많지만, 읽는 도중에 느끼는 분위기는 여전히 리얼하다.
* 2008-11-28 22:57:39 이글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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