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작가의 무협계열 소설인 검은 여우 독심호리.
1부~3부로 칭해지는 독심호리 / 귀호 / 곤륜검선 백병지주는 명나라 영락제~성화제 시대 이야기에 무협, 도교, 술법 등을 넣어 만든 소설이다.
출판사나 이북 페이지를 보면 모두 주인공 '평강'이 어떤 사건을 거쳐 동창의 비밀 병기가 되는 것으로 줄거리를 이야기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1부 만의 이야기다.
1부는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아주 마음에 드는 소설이었기에 몰입하면서 봤다. 정말 긴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조금씩 틀을 달리해서 1부에서도 1-1, 1-2, 1-3처럼 다른 느낌의 서술을 보여준다.
무협 소설이면서도 기존의 파벌과는 달리 동창이라는 집단과 역사 속 이야기를 섞어 흥미를 더하며, 주인공의 남다른 머리로 위험을 헤쳐가는 이야기에 다양한 인연이 더해져 볼거리가 넘친다. 다양한 사건과 전쟁을 거치며 강해지는 모습은 덤.
다만, 중원을 벗어나는 후반부까지 가면 다소 작가가 지쳤는지 중간에 끊겼다 다시 써서 그런지 다소 맥 빠지고 빠르게 넘기는 전개가 다소 아쉽다.
2부 귀호는 '강'의 이야기와는 다른 술법사 '담백'-동창 '암묵'이라는 2인 주인공 체제로 진행되는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른 후의 이야기. 후반부에 밝혀지는 사건이 그나마 1부와 연결되지만, 1부를 보고 바로 2부를 보면 실망스러운 느낌이 먼저 든다. 강의 가족 이야기나 후손 이야기나 뭐 그런 팬서비스는 거의 없다.
중반까지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래도 체계가 잡혀가지만 너저분한 이야기 전개는 끝까지 발목을 잡는다. 초반보다 중반부가 재미있지만, 중간에 작가도 설정을 까먹은 건지 담백의 대사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자주 들게 된다.1부보다는 확실히 떨어진다.
3부 곤륜검선 백병지주는 곤륜도존이 된 어린 '당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1부에 나오고 사라진 '진경록-경태지(1부)'와 달리 '심인득-강단-당찬'(2-3부)으로 이어지는 곤륜 이야기를 뼈대 중 하나로 잡고 진행된다.
2-3부는 한 몸통에 가깝고, 1부의 외전이라고 볼 수 있다. 당찬이 사라진 사부 대신 서궤를 지고 곤륜도존을 칭하며, 다양한 사건에 엮이는 3부는 캐릭터는 여전히 괜찮지만, 2부에서도 짜증이 났던 이야기 또 하는 서술이나 긴 주문과 진언 남발로 인해 진행이 답답하다. 중후반이 되면 캐릭터 비중도 제대로 정리가 안되며, 특히 '교'이야기부터 길을 잃어버리는 게 느껴진다. 어이없는 전개에 읽던 걸 그냥 접어버릴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던 부분.
억지로 전개를 끌어가고 짜 맞추면서 캐릭터성마저 잃어버렸고, 후반부는 아예 작가도 빨리 끝내고 싶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같은 세계관과 무협에서 도와 술법으로 넘어가는 부분까지는 이해하겠지만, 전작과 그렇게까지 연관성도 적은 이야기에 독심호리라는 명칭을 붙이는 제목이 낚시.
물론, 2~3부도 독자가 읽으면서 되새겨 볼 부분들도 꽤 있고, 교훈을 주는 옛이야기를 풀어주는 것도 좋았으며, 재미있는 장면들도 없지는 않으나 조밀함이 많이 떨어진다. 1부를 빼면... 누군가에게 권하기는 다소 아쉬운 시리즈다.
그래도 일반 무협 소설에 질렸다면 읽어볼만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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