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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그린 - 전쟁의 기술 (전쟁의 33가지 전략)

infantry0sub 2024. 11. 30. 02:12

전쟁의 기술 '전쟁의 33가지 전략(The 33 Strategies Od WAR)'

 

원제목 그대로 내용은 33가지의 장으로 구성돼있다.

 각 전략에 걸맞은 예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 또는 역사적, 전쟁사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인물들에 관한 일화와 그에 뒤따르는 설명, 저자의 생각을 정리해 풀어쓴 물건.

 

 헌책방을 한창 다닐 때 오래 눈여겨봤었으나 구매하기 망설였던 물건이기도 하다.

전쟁사를 중심으로 다루는 책도 아니었고 전략 그 자체보다는 인간관계나 처세술에 관한 내용이 더 많은 그저 그런 책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조금 끌리면서도 거부감이 드는 그런 책이랄까?

 

처세술에 관한 책들은 많이 나왔고 지금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책들은  싫어하고, 의도적으로 피했었다.

 보통 무슨 전략이니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오래된 전술/전쟁사를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오려내어 말도 안 되는 ― 뭔가 억지스럽거나 저자의 주장에 부합하도록 다듬어지고 부각된 ― 이유를 붙여 일상생활에 적용시키는 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2009년 초에 양장본에 두께도 만만치 않은 이 책을 충동 구매해 버렸다. 충동구매는 언제나 무섭지(...)

 

이 책을 고를 때 가장 망설이게 했던 문구는 '승리하는 비즈니스와 인생을 위한 33가지 전략'이라는 소제목(?)이었다.

비즈니스와 인생을 단지 전쟁터로만 본다니 그만큼 치열하다는 의미일지 몰라도 그야말로 거지 같은 카피가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일단 구매를 하고 나서는 두께도 두께고, 읽는데 가속도가 붙는 유형의 서적도 아니라서 모든 페이지(640쪽)를 넘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확실히 두께만큼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알차지는 못했고, 조금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하고 싶다.

 

전쟁/인물등에 대한 인용이나 서술은 만족할 만하다. 사실 그 부분 때문에 헌책방 구석 먼지를 뒤집어쓴 퀴퀴하지만 좋은 향기(?)를 내뿜는 책들이 가득한 책장 앞에서 슥슥 중요해 보이는 내용만 훑어보는 걸 다른 책 보다 많이 했었다.

 미심쩍은 심정 속에서도 구매를 한 이유기도 했으니 말이다.

 

특히, 나폴레옹이나 카이사르 등에 관한 서술은 필자 개인적으로 그 인물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했을 정도. 하나 이런 책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여전히 조각나고 필요에 따라 서술된 일화들이다 보니 원하는 만큼의 자료로 남지 못했다.

 

인물이나 전쟁사, 역사의 조각 중 아주 일부만 담겨있는 느낌이랄까?

  뭐, 따지자면 이런 부가적인 것보다 중점이 되는 내용은 33가지의 전략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에 대한 서술은 나름대로 괜찮다. 읽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텍스트 그 자체로만 보면 잘 정돈되어 있고, 각 예로 든 이야기들과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매우 잘 어우러진다.

 번역문이라 일부 이해가 잘 안 되는 문장들도 종종 눈에 띄며, 구조적으로 뒤바뀐 게 아닐까 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이해하고 읽는 자체에는 문제가 없고, 구성도 깔끔하게 잘 되어있다.

 

가장 실망한 점은 번역이나 내용이라기보다 저자의 의도라고 말하고 싶다.

  저자는 우리에게 지혜가 되는 역사적 사실을 들어 33가지의 전략으로 묶었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에게 한 뭉치씩 던져주는데, 이 지혜 주머니라는 게 너무 차갑고 응어리진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는 현실적인...이라는 틀. 즉, 모든 인간은 자신만을 아는 본성을 가졌으니 당신도 남들을 이용해 먹어야 하고, 상대에게 절대 틈을 보이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평화를 존중하고 이를 위해 전쟁에 대비해야 하며 친구들 역시 언제나 이용해 먹을 수 있게 감정을 지우라는 이야기다.

 

 글쎄. 맞는 ...이야기긴 하다. 서양 가치관으로 변해가며 개개인으로 나눠지고, 삭막해진 우리네 세상이고, 경쟁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진 세상이니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책이야말로 그런 재앙을 더 앞당긴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에서 처럼 단순히 모두가 칼 든 도둑이니 나도 도둑이되야 하고 그렇게 해야만 '내'것을 지킨다는 논리만이 지배한다면 이 세계나 우리는 그저 단순히 나눠져 존재하는 개체일 뿐이다.

 하나의 숲을 이루는 아름드리나무가 아니라 뾰족하게 세워서 꼽혀서 모아진 이쑤시개처럼...

 

  뭐, 그런 이유로 이 책의 끝 맛이 좋지는 못하다. 과한 걱정이긴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 그 의도나 생각에 너무나 큰 반감이 생긴다. 단순히 내용만으로는 괜찮지만 말이다.

 

주저리주저리 써놨지만, 책 자체만 따지면 확실히 읽을만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전쟁사라는 쪽에 더 기대했던 입장이었고, 너무 냉혹하기만 한 저자의 시선이 개인 성향에 안 맞아서 그럴 뿐...

전쟁사 관련 서적을 찾는다면 가볍게 읽어볼 만 하지만... 그 외에는 주변에 추천하기는 좀 그렇다.

타깃으로 맞추고 있는 기업이나 회사원들 쪽이면 볼만할지도?

 

* 2009-08-03 15:05:25 이글루스. 글을 옮겨 더해 적음. 
카이사르의 경우 책을 보던 시기에 HBO의 '로마(Rome)'를 함께 보면서 몰입도가 많이 올라갔었다.

** 로버트 그린(Robert Greene) 작품. 권력의 법칙(The 48 Laws of Power, 1998), 유혹의 기술(The Art of Seduction, 2001), 전쟁의 기술(The 33 Strategies of War, 2007)로 3부작이라고 한다.

 웅진에서는 2020년 초 재번역해 인간 욕망의 법칙, 인간 관계의 법칙, 인간 생존의 법칙이라는 제목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 당시에 내놓은 인간 본성의 법칙(The Laws of Human Nature, 2018)과의 통일성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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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쓴 상념) 서양은 동양적인 사고로 동양은 서양적인 사고로 역행되어가는 중이라고 한다.

 서로가 서로를 배워나가며 좋은 점을 존중하고 나쁜 점에 대해서는 보완하는 것이라면 이상적일 텐데, 지금 우리나라 현대의 한국은 그걸 배워서 옛것에 접목해 좋은 것을 택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존중했던 덕목이 단순히 유교적이니 사대주의적이니 남녀평등을 위배한다느니 선진적인 게 아니라는 등의 이유들로 파괴되고 소멸되어 간다.

 

어째서 전통을 그렇게 쉽게 버릴 수 있을까? 역사를 그렇게 쉽게 버릴수 있을까?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고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 우리는 하나의 구심점을 잃어가고 있다.

 

좋은지 나쁜지 생각해 볼 생각들이 없다.

단지 새것을 탐할 뿐이고 정치인들은 이미 국가나 민족이 아닌 자신들의 권익만 따지고 있는 세상이다.

민족주의가 나쁘다고만 할게 아니라 민족 혼에서 불필요한 감정을 죽이고 약화시키고 좋은 의미에서 '우리'라는 틀은 강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요즘 해외 번역 사이트들에 가보면 볼 수 있다. 지역감정부터 인종차별까지 그런 쓰레기를 분출하는 사이트들 말이다. 사회적인 독소로... 자라나는...... 아아 이 책 보면서 정말 이상한 곳까지 생각 나무가 자라나는군; 내가 이상을 꿈꾸는 이유에서인지 너무 싫은 느낌을 남겨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