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독일문화의 이해' 교양 시간에 교수님이 한 번은 읽어보라고 권했던 작품이다.
언젠가 헌책방에 갔을 때 손안에 쏙 들어올만한 문고(포켓)판 버전(동해출판)이 눈에 띄어서 가볍게 읽을 겸 사다 놓고 한참 뒤에 읽었던 기억이 있다.
베르테르라는 젊은이가 로떼라는 아가씨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과 그로 인한 심리적 변화를 그리는 이야기로 편지를 보내는 것 같은 구성(서간체)이 독특한 몰입감을 준다.
주인공인 베르테르는 감성이 너무 풍부한 데다가 의식의 방향이 뭔가 좀 이상하지만(...) 묘하게 감응하게 만드는 캐릭터라 호들갑 떠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읽을 당시에는 심리적으로 시기적으로 큰 감흥을 주지는 못했던 기억이 있다.
클라이맥스에 나오는 장면과 베르테르의 심리묘사가 좋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렇게 만족스러운 느낌이 없었는데... 고전 명작이라 칭송받지만 워낙 오래된(1774년작) 내용이다 보니 고리타분한 느낌도 받고, 이미 내용은 여기저기 써먹어버려서 오히려 진부해 보였다.
거기다 이 시대가 유독 그랬는지 너무도 많은 비유와 묘사들을 첨가해 뚱뚱하기만 하고 먹기 불편한 핫도그처럼 만들어놔서 미묘한 심리묘사보다 글의 불편함에 더 신경을 쓰게 만들었다.
다른 번역판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하나의 편지임에도 '~했네.'로 흥분된 기분으로 떠들다가 갑자기 '~하다.' 딱딱하게 종결하고 다시 '~라네.'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문장에서 까슬거린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다.
아주 작지만 몰입을 방해하는 서술이었는데, 그런 작은 부분에서 이 출판사 버전에 조금 안 좋은 선입견이 생겨버렸다.
그럼에도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핵심적인 내용은 묘한 감흥을 주는 책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사랑... 특히, 사랑에 빠졌거나 짝사랑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이나 오히려 공허한 심리적인 고독에 시달리는 경우라면 오히려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소설.
문제는 그 결말이 파국으로 향한다는 것(...)이겠지만, 묘한 감정의 살랑임, 집착, 고뇌와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내용이라 어느 정도 공감하며 볼만한 이야기인 것은 사실이다.
- 롯데라는 회사명이 여기 등장하는 로테에서 따왔다고 수십번을 듣거나 봤다. 그런것이다. - 전문 번역가의 번역이고, 청소년도 읽기 편하게 번역한데다가 주석도 넣어서 좋아하는 번역이라는 평가도 있다. 개인적인 저평가는 개인의 취향차이도 있고, 작은 거스러미가 크게 느껴져서 삐뚫어지게 본 면이 있을지도... -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 : 유명인의 자살이 있은 후에 잇따라 자살이 일어나는 현상. 이 책은 18세기 말 유럽에 출간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그리고 주인공 베르테르의 삶과 이상을 따라서 죽는 일이 많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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