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 소설가 패트리샤 콘웰(Patricia Cornwell)의 스카페타(Kay Scarpetta) 시리즈 중 7번째 소설로 노블하우스에서 나왔다. 2007년에 번역 출판했는데, 2008년 당시 헌책방에서 운 좋게 만났던 책이다.
당시 오랜만에 소설을 하나 읽고 싶어서 헌책방을 둘러보던 중 발견했는데, 특별히 무엇을 읽어야겠다는 목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실제적으로 꺼내 들고, 값을 지불하게 됐던 것은 순전히 출판사 이름 때문이었다.
신생 출판사로 첫 작품 톰클랜시 레인보우 시리즈 출판으로 좋게 각인된 노블하우스는 젊은 출판사라는 인식과 함께 여기서 나온 소설은 쉽게 읽을만하다고 생각했었다.
악마의 경전은 법의학 스릴러로 주인공은 버지니아 주의 법의국장인 케이 스카페타이다.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일명 스카페타 시리즈'로 불리는 긴 역사를 지닌 시리즈의 하나로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생소한 작품이었다. 제일 아래 목록을 적어놓겠지만... 정말 꾸준히도 책을 내놓는 작가.
어쨌든 악마의 경전을 읽으며 다른 서적들에 비해 눈길이 갔던 것은 상세한 서술/묘사 부분과 스카페타 개인의 심리묘사였다. 저자가 여성이라 그런지 그런 부분에서는 다른 (남성) 작가들에 비해 점수를 더 줘도 될 만큼 만족스러운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스카페타 개인의 사생활과 이모로서 조카를 대할때의 느낌. 법의 국장으로 여러 타입을 사람들을 만날 때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상대에 대한 분석 부분들, 이런 것에서 냉철하다거나 매우 날카롭지는 않지만 남성이라면 무심코 넘어갈 부분들을 적절히 묘사해 주고 있다.
또한가지는 인물이다. 이 작품이 시리즈 ― 동일 주인공을 사용하는 작품 ― 의 7번째라고 하는데 주요 인물들의 관계 설정과 그들만의 이야기도 상당히 눈길을 끈다. 깊이 있는 인물 설정은 시리즈를 계속 봐온 독자라면 인물들의 관계와 갈등이 발전하는걸 작가와 함께 볼 수 있어 몰입감을 높여주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다만, 기존 독자가 아니면 이 관계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야기는 '살인사건', '조엘 핸드 경전'이라는 큰 틀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사건과 사건이 부각되거나 유기적인 진행/구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주요인물 사이의 자잘한 이야기와 사건의 비중이 거의 비슷하거나, 사건에 집중하기보다는 주요 인물 간의 이야기가 더 비중이 높다고 생각해서다. 이런류의 소설이라면 대부분 기대했던 사건에 집중해 간결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스타일을 기대하게 하는데, 이쪽은 느긋한 느낌에 가깝다.
물론, 좀 더 빠른 전개와 액션을 원하는 개인적인 차이이지 이 구성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핵발전소 점거 부분부터 전개가 너무 가볍게 처리된 것 같아 아쉽다. 벌어진 사건에 비해 너무도 실망스러운 마무리는 좀 더 팽팽한 긴장감을 가진 스릴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을 가져다줄 것이다.
저급한 작품이나 기대 이하 졸작 수준이 보여주는 사건의 비약이나 추리의 진부함, 허무맹랑하며 갑작스러운 마무리까지는 아니지만... 최고급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미흡한 감이 없지 않다.
작품의 표지에는 저자인 페트리샤 콘웰의 사진이 박혀 있다. 90년대부터 꾸준히 나오는 시리즈에 인기 작품 시리즈라 받는 인정이겠지만, 이 한 작품만을 봤던 입장에서는 다시 그녀의 작품을 읽으라면 조금은 주저할 것이다.
처녀작인 '법의관'이나 다른 작품을 찾아서 읽어보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으나... 현재로서는 '좀'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를 만난 것 정도의 기분이다. 재미는 있지만, 일반적인 기대감과 방향성이 다른 작품.
- 24년 9월에 스카페타 영상화 소식이 있었다. 주연인 스카페타는 '니콜 키드만', 도로시 역에 '제이미 리 커티스', 조카 루시는 '아리아나 드보즈'가 캐스팅됐다. 총 2시즌으로 아마존 프라임으로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
작품 목록 (나무 위키, 작가 홈페이지 참조)
01. Postmortem (1990) - 법의관 02. Body of Evidence (1991) - 소설가의 죽음 03. All That Remains (1992) - 하트잭 04. Cruel and Unusual (1993) - 사형수의 지문 05. The Body Farm (1994) - 시체농장 06. From Potter's Field (1995) - 카인의 아들 07. Cause of Death (1996) - 악마의 경전 08. Unnatural Exposure (1997) - 죽음의 닥터 09. Point of Origin (1998) - 카인의 딸 10. Black Notice (1999) -흑색수배 11. The Last Precinct (2000) - 마지막 경비구역 12. Blow Fly (2003) - 데드맨 플라이 13. Trace (2004) - 흔적 14. Predator (2005) - 약탈자 15. Book of the Dead (2007) -미확인 기록 16. Scarpetta (2008) - 스카페타 17. The Scarpetta Factor (2009) - 스카페타 팩터 18. Port Mortuary (2010) - 죽은 자들의 도시 19. Red Mist (2011) - 붉은 안개 20. The Bone Bed (2012) 21. Dust (2013) 22. Flesh And Blood (2014) 23. Depraved Heart (2015) 24. Chaos (2016) 25. Autopsy (2021) 26. Livid (2022) 27. Unnatural Death (2023) 28. Identity Unknown (2024) |
* 노블하우스는 2006년에 랜덤하우스코리아에 인수합병됐고, 랜덤하우스코리아는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2009년에 알에이치코리아로 사명이 변경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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