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서적에 재미를 붙이고 나서 전쟁, 전투, 무기, 역사 등에 관련된 이런저런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주로 접하기 쉬운 2차 대전 관련 책을 읽었는데, 재미있는 것에는 더 파고들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가 아닌가?
덕분에 살금살금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살펴보는 일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십자군 전쟁. 뭐, 언젠가 많이 들었고 인터넷에 떠도는 단편적인 얘기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하나의 성지를 두고 피 터지게 싸운 이야기다. 유럽과 아랍. 기독교도와 무슬림 간의 서로가 주장하는 '성전'.
오랜 세월이 지나 그것은 미국과 아랍으로 그리고, 소련과 미국으로 대변되던 냉전의 대체제이자 새로운 역할구도로 변화되어 되돌아오는 듯했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세계사에서 주요 사건으로 배우는 '기독교의 성전'을 조명한 것이 아닌 '아랍인의 성전'을 들여다본 책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프랑크인들의 침략 (1차 십자군)부터 마지막 격퇴까지 사건을 중심으로 당시의 아랍에 일어난 일들을 꾸밈없이 보여주며 분석하고 있다.
아랍이 프랑크인의 침입보다는 자신들의 권력싸움에 더욱 열을 올리고 그 싸움이 아랍세계에 더욱 큰 해를 끼쳤다는 부분은 지금의 아랍의 모순된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또한,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 현재까지도 아랍에 만연한 ― 계파간의 갈등을 그 시대에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음에 읽어 내려가는 독자들뿐 아니라 작가 자신도 놀라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당시의 전쟁에 있어서의 관례라든가. 아랍의 전통 그리고 당시의 프랑크인들에 대한 아랍인의 솔직한 표현이 잘 녹아들어 있다.
특히 세월에 따른 전쟁에 대한 짧막한 묘사 부분들을 보고 있으면 그 세월 동안의 군사적인 발전 역사를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다.
아쉽지만 약 200 여년에 걸친 내용을 서술하다 보니 중요한 내용만을 짤막 짤막하게 적어놓은 듯한 느낌이 없지 않다.
특히 우리에게도 친숙한 '살라딘'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다른 인물들에 비해 더하지도 못하지도 않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 책의 장점으로서 어느 한쪽도 특별히 취급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작가가 아랍쪽에 비중이 더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읽어보면 무리하게 한쪽을 찬양하는 느낌은 크게 받지 않는다. 지금의 아랍을 알기 위해서 이런 책을 한 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이해 할 수는 없겠지만 어째서 그들이 지금의 우리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고 불필요해 보이는. 테러나 서로 간의 보복이 행해지는지에 대해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십자군 전쟁을 약간은 아랍적인 눈으로 볼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 당시에는 구하기 힘들던 무기나 (해외는 물론 국산) 전쟁사 관련 서적이 예전보다 다양해진 문화적 관심 덕분인지 점차 많아지던 시기였다. 들녘의 판타지 라이브러리처럼 오류가 많은 번역서들도 당시에는 목마른 독자에게 오아시스였다.
지금은 서적 뿐 아니라 유튜브나 방송에서 양질의 군사/전쟁사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지만...
** 냉전의 대체제였던 미국과 아랍의 대립은 미국과 중국의 또 다른 냉전을 진행하고 있다. 더구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미국과 유럽의 지원을 받는 방어자 우크라이나 - 침략자 러시아로 미국과 러시아는 적임을 다시 상기하게 됐다.
뭐, 북한까지 끼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은 나중에 역사를 배울 사람들은 고통받을 사건이 되겠지만... 제발 3차 대전으로 비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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