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고등학생까지도 독서에는 큰 흥미를 가지지 못했었다.
부모님은 위인전 같은 전집류를 사주셨으나 정작 당시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TV의 마력에 듬뿍 빠져있었다.
뭔가 읽으려도해도 책은 학교에서 보는 검은 것은 글자고 하얀것은 종이인 물건 정도에 불과했다. 책을 본다는 것이 딱딱하고, 재미도 없었을 뿐이라 책을 읽는다는 행위에 끌리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 이사를 반복하면서 위인전은 집에서 사라졌고(지금와서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지만...) 책 읽는 재미에 눈을 뜨기 전까지 신경도 안썼었다.
하지만, 빈둥빈둥 거리던 어느 겨울 방학 저녁에 집에 꽂혀있던 명탐정 호움즈 한 권을 꺼내 읽기 시작하면서 책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책은 당시에도 허름했지만, 의외로 책 냄새가 좋게 다가온 날이었다.
얇은 두께와 큼지막한 글자, 가볍지만 잡아끄는 추리, 투박하면서 매력적인 그림들이 그 날은 정말 마법을 건 듯 마음과 머리에 들어왔다.
그렇게 한 권을 다 읽었다. 그리고, 겨울방학 내내 명탐정 호움즈의 매력에 흠뻑 빠졌고,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로 이름을 새겨넣었다. 전에는 그저 공간을 차지한 물건이었지만, 이내 그것은 보물이 되었다.
40권의 홈즈 소설은 모두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쉽고 간결해 읽기 쉬웠던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요즘 출판되는 단편집과 비교해보면 제목이 완전히 다른 작품들이 많아 혼란스럽게 한다. 원전에 맞는 것은 최신 출판본들이니 제목은 참고만... (일부는 두편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01. 사라진 지옥선 – 글로리아 스콧 호
02. 12시 15분의 참극 – 라이기트의 지주들(라이게이트의 수수께끼)
03. 에메랄드 도난 사건 – 녹주석 보관
04. 누런 얼굴 – 노란 얼굴
05. 춤추는 인형의 비밀 – 춤추는 사람 인형
06. 저주받은 왕관 – 머스그레이브 가의 의식문
07. 소공작 유괴 사건 – 프라이어리 학교
08. 스파이 대 호움즈 – 두 번째 얼룩
09. 악마의 유언장 – 노우드의 건축업자
10. 아베이 저택의 참극 – 애비 그레인저 저택
11. 모습없는 스파이 – 해군 조약문
12. 공포의 관 – 프랜시스 카팩스 여사의 실종
13. 붉은머리 클럽의 비밀 – 빨간 머리 연맹
14. 비뚤어진 입술의 사나이 – 입술 삐뚤어진 남자
15. 비밀무기 스파이 사건 – 브루스파팅턴 호 설계도
16. 너도밤나무집의 비밀 – 너도밤나무 집
17. 인간 원숭이 – 기어다니는 남자
18. 사라진 명마 – 실버 블레이즈
19. 빨간 조약돌 – 악마의 발
20. 상금을 노리는 사나이 – 세 사람의 가리데브(세 명의 개리뎁)
21. 죽음의 상자 – 빈사의 탐정
22. 흡혈귀 – 서섹스의 뱀파이어
23. 공포의 금고실 – 은퇴한 물감 제조업자
24. 사랑의 복수 – 세 박공집
25. 해변의 비극 – 사자의 갈기
26. 악마와 같은 사나이 - 거물급 의뢰인
27. 보스콤 계곡의 괴사건 – 보스콤 계곡 사건
28. 산베드로의 맹호 – 붉은 원
29. 마자린의 보석 – 마자랭의 다이아몬드
30. 보헤미아의 왕비 – 보헤미아 스캔들
31. 악마의 다이아몬드 – 푸른 카벙클
32. 미이라묘의 수수께끼 – 쇼스콤 관
33. 숲속의 결혼식 – 자전거 타는 사람
34. 그림자 없는 괴도 – 금테 코안경
35. 얼룩 무늬의 끈 – 얼룩 띠의 비밀
36. 피이터 선장의 최후 – 블랙 피터
37. 얼굴없는 사나이 – 그리스어 통역관
38. 6개의 나폴레옹 – 여섯 개의 나폴레옹 석고상
39. 아마존의 여왕 – 토르 교 사건
40. 범죄왕의 최후 – 마지막 사건+빈 집의 모험
장편 소설인 '주홍색 연구, 네 사람의 서명,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 공포의 계곡'은 들어있지 않다. 단편은 총 56편이라고 한다. 40편인줄 알았는데 속았어. OTL.
당시에 접한 홈즈는 이후 다양한 미디어 물과 소설들, 잘생김을 연기하는 남자가 등장하는 BBC판 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를 접하는데도 도움을 줬다.
* 한국 출판 공사와 홈즈 관련 내용을 검색해보면 사실 국내에 먼저 선보인 것은 계림출판사였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 카이세이샤(偕成社)의 전집을 무단으로 가져와 쓴 것 같은데, 이후 한국 출판 공사 같은 다른 출판사도 이를 사용한 듯.
저작권 인식이 정착된 지금은 완역판이나 정식 계약한 번역본들이 많지만, 당시에는 대부분 일본에서 그대로 가져와 번역만한 해적판 서적이 많았었다.
다만, 관련 블로그나 위키를 보면 원전 역시 번역이 완전하지 못하고, 원작에 없는 내용을 추가하거나 제목과 대사를 왜곡하는 등 문제가 많은 판본이라고 한다.
'[단풍 책갈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희보 - 세계사 101장면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0) | 2024.11.12 |
---|---|
이내주 - 서양 무기의 역사 (살림 출판) (1) | 2024.11.11 |
맥스 브룩스 - 세계 대전 Z(World War Z) (0) | 2024.11.09 |
애거서 크리스티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1) | 2024.11.08 |
딘 쿤츠 장편 소설 - 남편(The Husband) (2) | 2024.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