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책갈피]

테오도르 H. 가스터 -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

infantry0sub 2024. 11. 19. 00:58

 대원사에서 출판된 '대원 동서 문화 총서' 중 하나로 1990년 초반에 나온 책.

  2010년 당시 헌책방에서 구한 거라 외관이 지저분하다. 책등 아랫부분에는 견출지가 붙어있는데, 그 모습으로 추정컨대 아마 책 대여점을 함께 하는 비디오 가게에서 흘러나온 물건으로 보인다.

 전문대여점 물건이라면 자체 스티커로 바코드를 막아놓았을 텐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부와 달리 내부는 색이 조금 바랜 것을 제외하면 깨끗한 책이다.

 지금은 완전히 절판됐으며, 선영사에서 나온 또 다른 번역본(여긴 저자를 가스트라고 적어놨다...)이 있다. 그 외에는 같은 제목의 전혀 다른 작품이 검색된다.

-  2010-07-17 03:46:22 이글루스. 저자는 Gaster, Theodor Herzl(1906~1992). 테오도르(= 시어도어) 헤즐 가스터.
- 바빌로니아 이야기의 경우 판타지나 RPG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알려진 이야기지만 이후 히타이트와 가나안쪽은 처음 보는 이야기였다.
  게임이나 미디어에서 악마로 주로 출현하는 바알이 가나안의 최고신이라는 것을 판타지 계열을 좋아한다면 이미 알 수 있는 내용이지만, 가나안 편에 바알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바알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면 도서관 등에서 이 책을 한번 찾아 읽어 보면 좋을 듯.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The Oldest stories in the world)'는 고대 ― 기원전 2000년 전후 ― 의 점토판 기록을 현대 언어로 번역한 것이다.

 으레 손상되어 알기 힘든 점토판이나 기록물을 토대로 한 것이라 완전한 내용은 아니고, 또 해석마저도 학자마다 달라지기 마련이라서 대충의 줄거리를 알아 간다는 생각으로 읽는 게 편하다.

 

 첫 번째는 바빌로니아, 두 번째는 히타이트, 마지막으로 가나안의 이야기로 번역이 아주 친절하고, 알기 쉽게 쓰여있어서 옛날이야기, 전설, 동화책과 비슷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친절하게 항상 '이야기'를 먼저 적고 나서 '해설'을 통해 당시의 문명 상황, 의식구조, 이야기가 뜻하는 바를 풀이해주고 있으며, 저자가 어쩔 수 없이 자의적인 해석을 한 부분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부분도 들어있다.

 

 저자는 단지 이야기를 옮기는데 머물지 않고, 불완전한 내용에 대해 해설을 덧붙여 이해를 돕는데 열심인 인상을 준다.

개인적으로 문명의 기원이나 상상력을 자극하고 판타지의 기원이 되는 이런 이야기를 다룬 책들을 좋아한다.

 

 전설이나 설화, 판타지물이야 틈나면 찾아보고, 이 책과 비슷한 '신화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나 '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 같은 녀석들도 읽어본 적이 있다. 단지 두 권은 어려운 용어와 딱딱한 글에 질려버렸지만...

 

이 작품은 그런 면에서 독자에게 더 쉽게 다가간 책이다.

  딱딱한 문체는 되도록 피하고,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서술하면서도 뒤이어 고고학의 발굴부터 그 문자와 해석에 대한 것 까지도 간략하게나마 알 수 있게 했다. 책의 두께에 비한다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읽는 재미와 해설에 쓰인 지식을 함께 거두어들이는 것이 최고의 장점으로 아쉬운 점이라면 저자가 해설에서 해당 이야기를 후대의 다양한 전설등에 빗대어 설명하는데, 예시가 되는 것들이 거의 제목만으로 불려져서 해당 전설을 모르는 경우 독자들은 관련 내용을 알 길이 없다.

 워낙 오래전에 나온 그리고 이제는 아예 절판된 책이라 바꿀 수는 없지만, 당시에는 역자 혹은 편집부에서 해당 소설 내용을 줄거리나마 덧붙여줬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었다.

 

 나온 지 오래된 책인 데다가 역사 관련 서적들은 교양서적으로나 이야기 책으로 읽으려는 경우가 아니라 깊이 파고들고 싶다면 가장 최근에 나온 서적을 찾는 게 제일 좋다.

 그렇지만 이런 전설이나 역사 속 설화 같은 것을 좋아한다면 입문서로 여전히 괜찮은 책이다.

 

> 책등 : 책을 접착제나 철사등으로 매어 놓은 쪽의 겉으로 드러난 부분. 대부분 제목이 적혀있다.

  당시에 책을 보면서도 부분의 정확한 명칭을 몰랐다. 세로대? 제목이 붙은 곳?... 사실 지금도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사용하는 물건이지만, 막상 그 부분이나 지점의 세부용어/단어를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 견출지 : 이름이나 물품에 붙였던 그 빨간 테두리가 있는 작은 스티커. 이상하게...여전히 생소하게 느껴진다. 순화한 단어는 찾아보기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