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력이 엄청나지는 않지만, 마치 이야기 풀어놓듯이 툭툭 가볍게 던지는 이야기와 짧은 문장들은 나쁘지 않은 글이다.
보통 무협지에 현대적인 단어나 표현이 들어가면 굉장히 어색해지는데 그런 부분도 거의 없고, 장난스러운 분위기와 캐릭터 덕분인지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떡밥과 숨겨진 이야기가 하나둘 추가되면서 쓰기가 힘들었는지(초반에도 약간 갈팡질팡한 흔적은 있었지만...) 주인공의 캐릭터성이 완전히 희석되어 버렸고, 마교 이후로 뭔가 꼬이기 시작한 느낌이 든다.
어쨌든 그래도 나름 중후반부까지는 읽을만했는데, 무림맹 에피소드에 들어가면서 작품이 완전히 탈선해버렸다.
초반 중심에 가까웠던 간자 이야기도 아주 저 멀리 배경처럼 멀어졌으며, 환생, 기물, 암중세력의 구도에 미래의 예지, 큰 그림등이 더 가까이 드러나고 뒤죽박죽 섞였다.
갈수록 주인공은 가볍고 멍청해지며, 그저 휘둘리고, 중반 이후에 사라져버린 주요 캐릭터들이 너무나 많고, 벌인 일들도 허무하게 잊혀진다.
더구나 작가가 떡밥과 복잡한 설정을 관리하기 힘들었는지 뜬금없는 삼봉 줄타기 설명 씬으로 글을 마구잡이로 소모하고는 '아 몰랑'을 시전하면서 급 완결을 지어버린다.
주인공은 의지와 상관없이 과거에 던져져서 카X베네 당했고...일의 원흉이 실패하면서 과거처럼 그저 신들의 장난이 존재하는 평안한 세계가 그대로 이어진다.
기-승-전-결에서 전에도 못갔다으며 산을 열심히 타다가 갑자기 바닷가쪽 절벽으로 다이빙하는 수준으로 몹쓸 결말을 내버렸다. 같이 달려온 독자의 ㅅ;간도 함께 내다버리는 짓을 아주 가볍게 보여준다.
외전도 있지만 이마저도 독자 너희들이 뭘할 수 있는데? 어? 이 변경된 세계 맛이나 봐라... 이런 수준이라 막판에 엿이 심하다. 초반부만 쪽 빨아먹고, 후반부는 방치한 아니 배신감마저 들게하는 엔딩.
* 작가의 이전 작품으로 '생사검(2020)'이 있다고 한다. '성하유혼(2009)'도 시후 작가인데, 작품 사이 출간 기간이 너무 길어서 같은 작가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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